예전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돈 바꾸는 집)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1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하오(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하오" 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 보더니,
"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돈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거지는 손을 내밀었다 전장 사람은 웃으면서 "하오"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은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돈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찌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나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빼앗아 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원짜리를 줍니까? 각전 한 닢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동전 한 닢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푼 한 푼 얻은 돈에서 몇 닢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 마흔여덟닢을 각전 닢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다양 한 푼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피천득 수필집 <인연> 中 동전 한 닢
나는 이 글이 인간의 욕망을 가장 잘 드러내는 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욕망은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소다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며 산다는 것은, 욕망의 방향만 옳다면 삶에 더 없는 축복이다 하지만 본인이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그 무엇에 대한 사유의 시간조차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욕망을 인지하면 바뀐다 '사람은 안 변한다' 라는 명제는 거짓이라고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 변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또렷이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욕망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절제, 희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란 것을 먹어야 하는데 그 마음먹기까지의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희뿌연 안개들을 하나하나 걷어내가다 보면 내가 원했던 상이 또렷이 맺히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행동하며 이룰 수 있는 동력을 찾게 된 것이다
욕망을 이루게 되는 날, 나는 또 누군가의 삶에 희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욕망이란, 나의 자아 실현 뿐만 아니라 세상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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